네덜란드의 겨울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배경은 흐림(cloudy) 이고 주인공은 비와 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둘이서 밀고 당기며 매일 궂은 날들을 만드는 스토리가 되겠다. 가끔 비바람이 없는 날은 대신 짙은 안개가 주인행세를 하기도 한다. 네덜란드는 운하가 많아서 그런지 내륙에도 물안개가 자주 낀다. 그런 날은 하루종일 뿌연 안경을 쓰고 있는 것 처럼 답답하다. 겨울에는 해를 보기 힘든 흐린 날들이 일주일에서 열흘씩 이어지기도 한다. 그럴때면 몸과 마음이 빨래처럼 축 처지는 기분이다. 그러다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그야
여름이 제철이었던 참외는 이제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다. 종자 개발과 시설재배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의 대부분을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에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2월이면 본격적으로 수확이 이뤄지는데 올해는 설날 연휴를 맞이해 출하를 앞당긴 농가들도 있다고 한다.참외는 포복성 작물로서 줄기가 땅바닥에 닿아 자라기에 수확철 농민들은 허리를 기역자로 굽히고 두둑을 향해 손을 낮게 뻗어내야 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참외 따기에 매해 평균 1080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농민들의 83%가 허리, 무릎,
일상회복 이후 첫 설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귀성길 계획을 잡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와 지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임에 제한사항이 많았다. 때문에 귀성을 포기하거나 고향을 찾더라도 짧게 인사만 하고 올라오는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비로소 2년 만에 모임 인원 제한이 없는 설날을 맞아 가족, 친지들과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귀성길을 계획하다 보면 어떤 선물이 좋을지, 용돈을 얼마나 드려야 할지 등 오랜만에 직접 뵙는 부모님을 위한 고민도 커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올 설날에는 부모님의 건강에 이상은 없으신
유난히 올해 겨울은 눈이 자주 온다. 특히 충청·전라권에 강설량이 집중되면서 많은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비닐하우스 수십 동이 무너지고 축사와 양식장 지붕이 파손됐다고 한다. 문제는 기상청이 이달 중순 강설 확률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날씨가 이달 말에나 풀릴 거라는 예보가 있는 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농민들은 더욱 눈 소식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대형 장비와 많은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도시와 다르게 농촌은 집 앞, 도로, 시설들에 쌓인 눈을 주민들이 직접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제설을 미처 하지
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해 다들 다양한 신년계획을 세우기에 바쁘다. 건강관리 계획 또한 빠질 수 없다. 한 해 동안 세우는 모든 계획들은 기본적으로 신체가 건강해야만 오롯이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건강 중에서도 척추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척추는 ‘몸의 대들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1명은 척추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고생하고 있는 만큼 세심한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대표적인 척추질환으로는 허리디
오랜만에 굴이 풍년이라고 한다. 지난해와 지지난해에는 고수온과 태풍 등으로 굴 양식장들이 피해를 보았는데 올해는 이런 악재가 없었던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전국 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0%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양식장에서 수확한 굴은 바로 굴 가공 공장으로 옮겨진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하는 ‘깐 굴’은 모두 여기서 일일이 손질된 것이다. 굴 껍데기를 까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칼을 이용해야 한다. 속살이 상하지 않으려면 노련하고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하며 1인당 약 500kg의 굴을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지방의 도시민유치사업, 즉 귀농귀촌의 장려였다. 각종 지원제도와 지원금을 준다고 홍보하며 지방자치단체마다 홍보를 열심히 했었다. 귀농귀촌박람회에 가보면 우리 지역은 얼마를 준다, 어떤 교육과 지원을 해준다며 열심히 손님들을 끌어들였다. 요즘엔 그것도 많이 시들해져서 박람회도 예전 같지는 않다. 특히 은퇴자들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하는 경우 경제적으로 무슨 농사를 지어서 돈을 벌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있는 경우 학교를 어디에 보낼지, 학원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서 쉽
연말과 겨울방학을 맞이해 각종 게임사에서는 10대 이용자를 겨냥한 행사들을 벌이고 있다. 이벤트에 참가하면 게임 내 유료 재화들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게임을 즐기는 10대들은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게임에 열을 올린다.태어나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라온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 가운데 게임 이용자의 비율은 80.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게임에 오랜 시간 열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취하게 되는 나쁜 자세
국내 한우 도축량이 연 100만마리 시대를 앞두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축산관측’에 따르면 한우 사육 마릿수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356만 마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도축량도 올해 85만3000마리에서 오는 2024년에는 101만5000마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한우 도축량이 많아짐에 따라 손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육·도축원’들이다. 축산농가에서 기른 소들은 판매를 위해 각지의 공판장으로 옮겨진다. 여기서 도축과 경매가 모두 이뤄진다. 정육·도축원은 출하 시기에 맞
홈트레이닝(홈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근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본격적인 겨울 날씨가 시작돼 야외 운동에 제약이 커지고 있다. 홈트는 말 그대로 집 안에서 하는 운동인 만큼 기상상태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겨울철에 하기 알맞다.하지만 홈트를 단순히 가벼운 실내운동으로 인식하기에는 낙상을 비롯한 눌림, 끼임 등 신체부상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홈트레이닝 관련 위해사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인 12월~2월에 관련 사고 접수가 가장 많았으며 주요 원인으로는 ‘미끄러짐․넘어짐’이 21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꼬막도 제철을 맞는다. 살이 통통하게 차오르고 감칠맛이 올라오는 이맘때부터 알을 품기 직전인 봄까지의 꼬막을 으뜸으로 친다. 흔히 시중에서 먹는 꼬막은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참꼬막’이 제일 유명하다.참꼬막은 양식이 불가능해 어민들의 손을 하나하나 거쳐야만 채취할 수 있다. 보통 꼬막을 채취하기 위해 어민들은 2m 가량의 ‘널배’를 이용한다. 널빤지처럼 생긴 널배 위에 한쪽 무릎을 얹고 다른 쪽 발로 펄을 밀어내며 연안 멀리까지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어민들은 널배와 빗
겨울을 앞두고 가을 낚시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수온이 떨어짐에 따라 물고기들의 먹이 반응이 둔해지기 때문에 낚시를 즐기기 어려워진다. 이맘때 월척을 잡으려는 낚시인들이 휴일이면 어김없이 장비를 챙겨 길을 나서는 이유다.낚시는 ‘세월을 낚는다’는 표현이 있을 만큼 긴 시간을 소비하는 활동이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길게는 외박까지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낚시의 특성이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와 같은 척추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문제는 물고기의 입질을 기다리
10월까지 라오스에 출장을 다녀왔다. 그 사이 네덜란드는 가을이 막바지다. 맑은 정신으로 차분히 소식을 정리하고 싶어 이른아침 일어나 사무실로 쓰는 다락방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침 6시가 넘었는데 창 밖은 여전히 칠흑 같이 껌껌하다. 보일러가 돌지 않아 원래 썰렁한 다락방이 더 춥다. 드디어 네덜란드의 긴 겨울이 코앞이다.네덜란드는 매년 10월로 들어서면 해의 길이가 급속하게 짧아지다가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써머타임(일광절약제)이 끝나면 통째로 한시간이나 해가 빨리 진다. 11월 초인데 오후 5시면 벌써 어둑어둑하다. 위도가
김장철을 맞아 마트나 청과물 가게에서는 신선한 가을배추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빠른 곳은 11월 초부터 절임배추 예약판매를 받았다고 한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배추가 냉해를 입고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기에 11월 중순이면 농민들은 제때 배추를 출하하기 위해 분주해진다.김장에 쓰이는 가을배추는 매년 9월에 심기 시작해 11월이면 수확을 진행한다. 기계화가 많이 이뤄진 여타 작물 농사와는 다르게 배추 농사는 손이 많이 간다. 수확철 배추의 생육 상태가 모두 달라 기계를 이용한 일괄 수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일이 농부의
가을은 전국적으로 축제의 나날들이다. 특히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도시의 경우엔 가을축제 시기에 맞추어 농산물축제가 벌어진다. 도시민들에게 각 지역의 농특산물을 홍보하며 판매도 한다. 축제장에 가면 시식도 할 수 있고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할 수 있다. 이럴 땐 우리 농민들은 생산자이면서도 자신의 생산물을 직접 홍보하며 판매하는 사업가로 활동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때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농민이 농산물을 직접 생산도 하고, 가공도 하며, 판매도 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로 인해 많은 농민들이 가공시설을 직접 갖추고
최근 유튜브와 틱톡 등 SNS에서 “무슨 노래 듣고 있나요?”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시작된 이 콘텐츠는 대표적인 영상들의 조회수가 2억 뷰에 육박할 만큼 인기가 좋다. 영상은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걷는 시민을 붙잡고 지금 듣고 있는 노래를 질문한 뒤, 답변에 따라 해당 음원을 짧게 틀며 가수와 곡 이름을 소개하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이런 유행은 이어폰이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휴대와 착용이 간편한 무선 이어폰이 출시된 이후로 사용자가 더욱 늘어났다. 주변 소음을
올해 감자 농사는 계속 흉년이었다. 한파와 봄가뭄, 폭우, 폭염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못했던 탓이다. 세계적인 물류대란으로 감자가격은 계속 올랐지만 농가는 팔 감자가 없어 시름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봄감자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가을감자는 전망이 나쁘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가을감자의 초기 생육상태가 “좋다”고 답한 농가는 42%를 차지했으며 “나쁘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올해 초 봄감자 작황이 “좋다”고 답한 농가가 25%에 불과했던 상황과 대조
‘우와 예술적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농장을 잘 운영할 수가 있습니까?, 완전 예술가네요!’ 진짜 품질 좋은 농작물을 접하거나, 그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장에 방문할 경우,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말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필자가 얼마전에 읽은 책 중에 한 문장을 소개하려고 한다.세스 고딘이라는 비즈니스 전략가이면서 마케팅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 ‘프랙티스’에 이런 문구가 있다.‘예술은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는 긴장을 불러온다. 배움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배움(교육과는 반대다)은 긴장과 불편 (스킬을 익히
가을이면 농가에선 추비, 감사비료, 웃거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땅에 비료를 준다. 특히 과수농가에선 과실에 의해 빼앗긴 양분을 나무에 보급하는 의미로 비료를 뿌린다. 뿌리에 양분이 갈 수 있도록 나무 근처 땅에 동그랗게 비료를 뿌리는데 이를 위해 농민들은 양팔로 비료 포대를 번쩍 들어 안아 뿌리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문제는 20kg 정도의 무거운 포대를 들어 올리고 내리며 비료 시비를 반복하다 보면 척추와 허리주변 근육·인대 퇴행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수원을 운영하는 농민들 대다수는 고령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의
'과학영농'이라고 한지 50년이 되었다. 농업은 기초과학이면서 응용생명과학이다.기초과학은 말 그대로 자연현상에서 일어나는 복잡다양한 것을 차근차근 과학적 논리로 풀어내어 순리에 거스르지 않고 농장현장에서 현실에 맞게 풀어내야 한다.이러한 기초를 밑바탕으로 응용적 방법을 현장에서 찾아내어 적용해야 한다. 기초에 근거한 실용적 기술을 찾아내는 응용적 방법이 농업 기술이다. 풀과 벌레는 자연현상에서 일어나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다. 농업에서 작물과 벌레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런데 그 이면의 기초를 들여다 보면 벌레들의 먹이가 선호성과